작품 경향

김순겸의 수묵화에서 보는 자연미의 서정

이 구 열 (미술평론가)

오늘날의 회화 경향과 그 실상으로 현대주의로서의 새로운 온갖 방법과 양상이 공존 혹은 병전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물론 그 주류랄지 당연한 것은 현재주의 곧 모더니즘은 추상주의, 신표현주의, 애매하지만 개념주의, 기 타 이름 붙을 것도 없는 독자적 형태의 창작표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한편에서는 전통적 친근감의 사실적 실경주의, 정서적 자연애의 체험미 묘사 또는 그 현장 표현의 서정적 그림에도 많은 일반 감상자들의 사랑이 여전히 존재한다.

전통회화로서의 수묵화 또는 수묵담채화는 여전한 감상자와 애호가를 갖고 있다. 아무리 현대주의 그림이 새로운 창조적 가치에서 우선한다 하더라도 쉽게 단절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리고 그런 전통화가들 속에서도 좋은 화가, 높이 평가돼야 할 화가는 결코 적지 않다.

내가 근래에 알게 된 중년의 여성화가 김순겸은 수묵담채로 자연미의 현장에서 마음과 시선의 감흥을 깊이 받은 정경을 경쾌하고 익숙한 필치로 전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그 대상을 현실감의 사생적 수법으로 혹은 시각적 재현을 의도한 화의(畵意)의 정직한 묘사 내지 심의적 표현으로 이루어져 감상자의 눈에도 그 화의에 따른 무한한 자연 찬미의 감흥을 맛보게 한다. 이런 형태의 그림을 그리는 소박한 화가는 우리 화단에 꽤 많지만 필치의 능란함이나 마음대로의 시선이 매우 두드러지는 점에서 이 화가는 남다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 필력은 2001년의 작품으로 어느 시골에선가 포착한 아름다운 단풍계절의 정취를 잘 주제삼아 그린 자유로운 붓놀림의 <만추>가 인상적인 감흥을 주는 사실이 충분히 말해준다. 그것은 분명한 그의 저력을 나타낸 것이지만 이번 개인전에서 보게 되는 같은 취향의 수묵담채 산수풍경 연작은 그 저력의 자유로움을 더욱 신뢰하게 한다.

지난해 현대한국화협회전에 회원으로 출품했던 <가을로 접어든 변산의 직소폭포>를 비롯하여 <백운계곡>, <해금강 전경>, <설악산 계곡>, <석성마을>, <퇴촌마을>, <가을의 강가>, <계곡의 숨소리> 등에서 보는 체험적 실경의 사랑과 향토적 현장감의 정취 짙은 재현은 이 화가의 무한한 자연미 추구의 화의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그 수묵화에서뿐 아니라 예전에는 문인화 = 수묵화에서 반듯이 밀접해야 했던 서예수업도 많았던 듯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특선을 했다는 측면은 그의 고전적 서화 일체의 교양 및 그 운필의 실체를 엿보게 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더하게 된다.

2013.3

해금강, 57×97cm, 한지에 수묵담채

해금강, 57×97cm, 한지에 수묵담채


淑堂 金順謙 作品展을 推奬함

옥산 김 옥 진(沃山 金玉振)

밥은 육신을 기르고 꽃은 마음을 기른다고 했다. 또 예술가는 인생을 두 번 산다고 했다. 숙당은 경성사범 출신 부 친의 엄한 교육에 유복한 가정에서 온후한 성품으로 태어나, 부모님의 훌륭한 교육으로 예술 혼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에서 순탄하게 살아왔다. 더욱이나 성년이 되어 한학자 집안의 趙武衍 장로라는 훌륭한 배필을 만났고 후덕한 외조의 힘을 입어 순탄한 작품생활도 하고 있으니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현모양처에 규수작가 생활이란 남자에 비교할 때 3배의 놀라운 노력이 필요하는데도 쉼 없이 각고의 연마 끝에 홍익대학교 미술교육원과 수원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는 등 화가의 길을 걸어 왔었는데 최근에는 전남도전과 남농미술대전 심사위원까지 역임하였으니 축하할 일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

숙당은 대기만성형으로 한국선면전을 시작으로 국제예술문화교류협회전, 현대한국화협회 회원전, 연진회전, 한 국소상회전 등에서 나와의 끈질긴 인연으로 여러 제자와 화우, 선후배 서화가들과 좋은 작품 발표전도 계속 하였다. 나의 제자 그룹인 한국소상회의 주축으로 1년 중 초봄에 여러 화우들과 한 번씩 전국 산야를 탐방, 금강산 사생여행을 할 때도 그는 쉼없이 전국의 명소를 찾아 스케치하는 열성적인 모습이 나에게는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처음에는 서예를 시작으로 사군자를 비롯한 문인화와 산수화 등을 그리면서 작품 한점 한점에 정성을 다한 필흔은 유심소조로 숙당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다.

그의 화맥은 멀리 추사 김정희로 출발한다.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를 소치 허련은 진도에서 생명을 걸고 3번을 찾아가 배움을 받았다. 그의 아들 미산 허형, 의재 허백련과 옥산으로 내려오는 한국 남종화의 맥을 잇고 있으니 남종화의 화풍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형상성과 현대 화 작업에 열중하길 바라는 바이다.

한국미협 주관 공모전에서 입·특선을 거쳐 우수상을 수상한 저력의 작가답게 우리 그림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프라이드와 자신감을 갖고 숙당은 온고이지신의 정신으로 작품 생활이 계속되길 바라는 바이다. 한국회화의 앞날을 정립하고 역사에 남는 작가로 미술계에 우뚝 솟을 별이 되기를 바라면서 추천하고 장려한다.

2013.3

 

자연과의 만남, 64×98cm, 한지에 수묵담채

자연과의 만남, 64×98cm, 한지에 수묵담채


현대적인 감각의 수묵화

신항섭(미술평론가)

그의 필치 속에는 뜨거운 표현적인 욕구가 숨어 있다. 다시 말해서 화묵법과 유사한, 실물하고 표현감정을 호쾌하게 쏟아 놓을 수 있는 부벽준에 가까운 표현적인 이미지에 대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억제되고 절제되는 표현보다는 감성적인 표현에서 개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예리하고 빠른 직선적인 선묘에서는 그 같은 성향의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물론 그는 전통적인 필법과 화법을 통해 산수화에 입문했다. 그러고나서 실경 취재를 하는 가운데서 실제 자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무언가 자기만의 표현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되었으리라. 직선적인 필선도 이 같은 욕구에 의해 비롯되는 것임을 말할 나위도 없다.
어쩌면 그는 전통적인 수묵화의 유현미보다는 그 자신의 감정표현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전통속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인으로서의 그 자신의 감각에 순응하는 새로운 표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부로부터 솟아 오르는 뜨거운 표현적인 욕구와 힘이 넘치는 필치를 바탕으로 한 보다 자유로운 조형적인 사고로써 현대적인 감각의 수묵작업에 매진하면 빠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스스로의 개성을 해방시킬 수 있는 대담한 자기변신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1993.11
외설악 외련폭포, 66×85cm, 한지에 수묵담채

외설악 외련폭포, 66×85cm, 한지에 수묵담채